2017년 개봉한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은 화려한 볼거리와 아름다운 OST로 많은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OST This Is Me는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으며 '다름'을 긍정하는 대표적인 곡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진정한 가치는 그 이면에 있다. 외형적 특성, 사회적 배경, 신체 조건, 성 정체성 등 다양한 차이를 가진 인물들이 무대 위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서사는, ‘다양성’과 ‘포용’이라는 시대의 가치와 절묘하게 맞닿아 있다. 영화는 단지 한 남자의 성공 신화를 넘어,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어떻게 타인을 바라보고, 자신을 받아들이며 살아가야 할지를 조명한다. 이 글에서는 위대한 쇼맨이 전하는 ‘다름’에 대한 존중, ‘포용’의 예술적 구현, 그리고 ‘용기’의 실천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영화의 핵심 메시지를 깊이 탐구한다.
‘다름’은 결핍이 아닌 정체성 – 영화가 말하는 다양성의 진짜 의미
위대한 쇼맨의 중심에는 기존 사회에서 배제된 이들이 존재한다. 수염이 난 여성, 왜소증을 가진 남성, 알비노, 과체중 무용수, 흑인 곡예사, 문신을 가득 새긴 남성 등 이들은 각자 신체적·사회적 이유로 차별받았던 존재들이다. 영화는 이들을 하나의 ‘기형적 쇼’의 요소로 소비하지 않고, 그들의 삶을 정면으로 조명한다.
다양성이란 단지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위대한 쇼맨은 이들이 사회적으로도 ‘동등하게 존중받을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으로 그려진다. 바넘이 이들을 처음 서커스단에 영입할 때는 ‘흥행’이라는 목적이 강했지만, 이내 각 인물들은 자신을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자신’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법을 배워간다. 영화는 이 전환 과정을 통해 다양성이란 ‘다름의 인정’이 아니라 ‘존재의 동등함’을 의미한다는 사실을 감동적으로 전한다.
관객에게 가장 인상 깊은 장면 중 하나는 단원들이 무대에 오르기 전, 거울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당당히 웃는 순간이다. 이는 외적인 모습이나 사회적 위치로 규정되지 않는 존재로서의 자각이 시작되는 장면이다. 즉, 다양성이란 타인이 우리를 ‘다르게 본다’는 사실을 넘어, 우리가 스스로를 ‘존재 가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영화는 일깨운다.
포용의 미학 – 연출과 음악이 빚어낸 감정의 무대
위대한 쇼맨에서 포용은 단순한 서사적 메시지가 아닌, 음악과 연출, 안무, 무대 구성 전반에 걸쳐 구현된 철학이다. OST This Is Me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대변한다. "나는 나일 뿐이며, 더 이상 숨지 않겠다"는 이 노래의 가사는, 배척받던 인물들이 자신을 세상 앞에 당당히 드러내는 강력한 선언이자 포용의 시작이다.
무대는 이들을 드러내는 공간이자, 스스로를 긍정하는 장소다. 음악과 카메라워크는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한다. 단순히 주인공 바넘의 성공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닌, 서커스 단원 개개인이 주인공이 되는 장면들이 전체 영화 내내 반복된다. 이러한 연출은 관객에게도 ‘우리 모두는 다르지만, 그 다름이 무대에서 함께 어우러질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또한 Rewrite the Stars는 인종과 신분의 장벽을 초월한 사랑을 상징하며, ‘사회의 규범’이라는 벽이 사랑과 이해를 막아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처럼 영화 속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각 인물이 자신을 표현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방식이며, 포용은 곧 예술적 표현이라는 점을 감성적으로 풀어낸다.
용기 있는 수용 – 자기 인정에서 시작되는 변화
위대한 쇼맨에서 포용의 진정한 출발점은 타인에 대한 이해보다 ‘자기 수용’이다. 수염 난 여성 레티는 처음엔 사람들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무대에 서는 것조차 망설이지만, 이후 자신을 가리지 않고 노래하며, 가장 앞에서 단원들을 이끄는 인물로 성장한다. 이는 단순한 캐릭터 변화가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정체성을 긍정할 때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바넘 역시 이 여정을 겪는다. 사회적 성공과 명성을 좇아 고위층 인사들과 어울리며, 자신이 세운 서커스의 진정한 가치를 외면하던 그는 결국 가족과 동료들의 진심을 통해 깨닫는다. 진정한 위대함이란 외적 성취나 지위가 아닌, ‘타인의 진심을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인정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말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이러한 메시지는 유효하다. ‘나답게 산다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처럼 취급되는 현실 속에서, 영화는 모든 존재는 고유하며, 있는 그대로 존중받을 자격이 있다는 확신을 준다. 특히 청소년, 소수자, 자존감에 상처 입은 이들에게 위대한 쇼맨은 단순한 영화가 아닌, ‘삶의 응원가’로 작용할 수 있다.
위대한 쇼맨은 우리 모두에게 “당신은 지금 모습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다”고 말한다. 사회는 다양한 기준과 잣대로 사람을 평가하고, 다른 것을 배제하거나 억압해왔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다름’이야말로 예술이 되고, 감동이 되며, 진정한 ‘쇼’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다양성은 한순간의 동정이 아니라, 계속해서 존중해야 할 ‘가치’이며, 포용은 힘 있는 사람이 약자를 받아주는 게 아니라, 서로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영화가 외치는 말, This is me.
우리는 있는 그대로, 존엄하며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