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블 영화 ‘이터널스’는 히어로물의 전형을 깨고, 신화와 과학, 감정과 윤리를 아우르는 거대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본문에서는 이터널스의 서사 구조, 신화적 상징성, 그리고 과학적 상상력을 중심으로 분석합니다.
세계관 구조 분석: MCU의 신적 존재는 어떻게 설계되었는가
‘이터널스(Eternals)’는 MCU(Marvel Cinematic Universe)의 26번째 영화이자, 기존 히어로 영화들과는 다른 실험적 시도를 담은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초능력을 지닌 존재들의 활약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인류 문명과 평행하게 존재해온 '신적 존재들'의 개입과 갈등을 중심에 둡니다. 세계관은 수천 년의 시간을 가로지르며, 우주적 존재와 지구 인류의 역사, 창조와 파괴의 균형을 철학적으로 풀어냅니다.
이터널스의 세계관 핵심은 ‘셀레스티얼(Celestials)’이라는 창조자의 존재입니다. 이 셀레스티얼들은 우주에 생명을 심고, 행성의 자원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는 역할을 맡습니다. 이터널스는 이 셀레스티얼에 의해 창조되어 지구에 파견된 감시자들이며, 인류의 진보에는 개입하지 않지만, '데비언츠(Deviants)'라는 위협적 존재들로부터 인간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합니다. 이 구조는 마치 그리스 신화나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등장하는 신들의 분업 체계를 떠올리게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터널스가 인간의 진화와 전쟁, 기술 발전을 지켜보며도 그것에 개입하지 않는 설정입니다. 이는 기존 마블 히어로들이 적극적으로 인류를 돕고 개입하는 방식과 대조되며, ‘전지적 존재는 어디까지 개입할 수 있는가?’라는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또한, 영화 속 시간 구성은 비선형적이며, 과거의 고대 문명에서 현대까지 이어지는 플래시백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어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깊이를 더합니다.
세계관은 또 다른 비밀로 확장됩니다. 이터널스는 사실 진정한 자유의지를 지닌 존재가 아닌, 셀레스티얼이 프로그램한 기억과 임무를 갖춘 인공 생명체라는 점에서 충격을 줍니다. 이는 인간과 유사한 감정과 판단을 갖고 있음에도, 그 존재의 목적이 정해져 있다는 아이러니를 드러내며, 자유의지와 존재의 의미를 묻는 메타포로 작동합니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슈퍼히어로 서사를 넘어서, 철학적 사유의 공간을 제공합니다.
신화와 철학: 고대 신들의 현대적 재해석
‘이터널스’는 각 캐릭터를 고대 신화에서 착안하여 구성했습니다. 이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에 신화적 무게감을 부여하며, 관객에게 익숙한 개념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기반이 됩니다. 예를 들어, 테나는 그리스 신화의 아테나를 연상케 하는 전사이며, 이카리스는 날개를 달고 하늘을 나는 이카로스를 모티브로 합니다. 각 이터널은 인간들이 만든 신화 속 존재들과 외형, 능력, 캐릭터 구조에서 유사성을 가지며, 이는 신화가 허구가 아닌 외계 존재의 실제였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접근은 '신화는 사실일 수 있다'는 가설을 기반으로 하며, 인류가 역사를 통해 축적한 전설들이 실제 외계 존재들의 영향일 수 있다는 상상을 자극합니다. 이러한 구도는 마블 세계관을 단순한 영웅 이야기에서 우주적 신화 이야기로 확장시키는 중요한 시도입니다. 또한 이터널스는 신화의 권위와 모순도 드러냅니다. 완벽해 보이는 존재들이 감정적 균열을 겪고, 서로 다른 윤리 기준으로 갈등한다는 설정은 ‘신도 실수하고, 고뇌한다’는 철학적 물음을 던집니다.
영화는 신화적 서사 외에도 윤리적 딜레마를 중심에 둡니다. 셀레스티얼을 지키기 위해 지구를 희생시켜야 하는 선택 앞에서, 이터널스는 정해진 운명을 거스를 것인지, 아니면 본래 임무를 수행할 것인지 갈등합니다. 이는 고대 신화에서 신들이 인간의 생명을 결정하는 설정과는 달리, 인간적 가치와 윤리적 판단을 우선시하는 진보된 신화적 접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신화는 보통 단일 시각의 이야기지만, 이터널스는 각각의 인물이 서로 다른 철학과 감정을 지니고 있기에 ‘절대적 신’이라는 개념을 해체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신화의 구조와 개념을 빌려와, 인간적 고뇌와 윤리를 중심에 둔 현대적 재서사를 시도합니다. 관객은 이터널스를 통해 고대의 신들이 아닌, 인간과 다르지 않은 ‘생명체’로서의 신을 경험하게 됩니다.
과학과 상상력: 생명 탄생, 에너지, 우주의 메커니즘
이터널스는 비단 신화에 머무르지 않고, 우주적 과학과 생명의 기원에 관한 상상력을 동반합니다. 셀레스티얼이 행성의 생명 에너지를 흡수해 새로운 셀레스티얼을 탄생시킨다는 설정은, 우주 진화와 생명의 연속성을 표현한 독특한 상상력입니다. 이 개념은 과학적 개념인 '에너지 보존 법칙'이나, '우주의 순환 구조'를 서사적으로 각색한 구조로 볼 수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지구는 새로운 셀레스티얼의 ‘알’로 존재하며, 인류가 발전할수록 셀레스티얼이 깨어날 에너지가 충전됩니다. 이 설정은 생명의 진화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더 큰 존재의 탄생을 위한 수단이라는 의미심장한 반전을 제시합니다. 이는 인간 중심적 사고를 넘어, 우주의 생명 체계 속 인간의 위치를 되묻게 하는 철학적 메시지입니다.
이터널스가 과학적으로 흥미로운 또 하나의 지점은, 인공 생명체로서의 정체성과 기술적 생성 배경입니다. 셀레스티얼이 이터널스를 만들어낸 방식은 유전자 편집과 인공지능 개념을 혼합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외형상 인간과 같지만, 기억을 삽입받고 감정은 후천적으로 각성됩니다. 이 구조는 현재 과학계에서 논의되는 ‘감정 있는 인공지능’의 윤리 문제와 맞닿아 있습니다.
또한 이터널스의 능력들은 각기 다른 과학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합니다. 마카리는 초고속 운동, 파스토스는 기계 조작과 에너지 변환, 세르시는 물질 변환 등, 각 능력은 과학적 법칙을 극단적으로 확장한 형태이며, 이들이 합쳐져 팀 전체가 하나의 '진화된 생명체 메커니즘'처럼 작동합니다. 마블의 기존 히어로들이 개인의 능력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터널스는 집단이 조화를 이뤄 하나의 유기체처럼 기능하는 구조를 보여줍니다.
결국 이터널스는 신화와 과학의 중간 지점에서,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을 제기합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시각적 스펙터클을 넘어, 철학과 과학이 융합된 새로운 히어로 장르의 가능성을 열어젖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터널스’는 MCU의 가장 실험적인 영화 중 하나로, 고대 신화를 기반으로 한 캐릭터 구성과,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상상력을 접목시킨 독특한 세계관을 구축합니다. 단순한 액션이나 오락 요소를 넘어, 존재와 자유, 윤리와 통제에 관한 깊은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는 블로그 승인용 콘텐츠로도 충분한 정보성과 분석적 깊이를 갖춘 주제입니다.